재난·재해 이슈 [그때·오늘·그일] 화재 위험에 노출된 고령 환자들… 7년 전 오늘 장성 요양병원 화재

2021.05.28

[그때·오늘·그일] 화재 위험에 노출된 고령 환자들

7년 전 오늘 장성 요양병원 화재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봄은 연중 화재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시기이다. 실례로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최근 5년간 봄철 화재 발생률은 28.6%로 사계절 중 가장 높았다. 화재가 주로 발생하는 장소는 주거시설이 23.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래서일까? 지난 522일 서울 성북구 길음동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14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보다 앞서 410일 경기도 남양주시 주상복합건물에 화재가 발생해 헬기 3대를 포함해 소방장비 169대와 958명의 소방대원과 경찰이 투입돼 진화 작업을 벌였다.

 

한 번 발생하면 인명 및 재산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화재. 따라서 화재를 예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스스로 대피가 어려운 고령층이 많은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형참사로 이어지기때문에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오늘, 노인요양시설 화재 피해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참사가 발생했다. 21명이 희생된 전남 장성요양병원 화재 사고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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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피해의 주요 원인은 부주의

 

 

 

대형 참사로 이어진 요양병원 화재

2014528일 오전 027분 경. 전라남도 장성군 삼계면에 위치한 요양병원에서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신고가 접수되고 약 4분여만에 현장에 도착해 진화작업을 시작했고, 24분만에 완전히 진화를 마쳤다.

  

화재는 별관에서 발생했다. 당시 별관 건물의 1층에는 44명이, 2층에는 34명이 입원 중이었다. 그러나 이들 중 대피 인원은 고작 7명에 불과했다. 결국 미처 대피하지 못한 입원환자 20명과 간호조무사 1명이 숨지고,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망자들은 모두 2층 입원자였다. 환자 대다수가 거동이 불편해 대피가 어려운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1층에 있던 환자들은 모두 구조됐다. 병원 근무자 15, 119구조대, 경찰이 1, 2층에 있던 환자를 업고 나오는 등 필사적인 구조를 시도했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모두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이날 숨진 간호조무사 김 씨는 소화전으로 자체 진화를 하려 애쓰다 연기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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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요양병원 화재 (사진: MBN방송화면 캡쳐)

 

 

소방당국에 따르면 발화 당시 불길이 크지 않았으나, 다량의 유독가스로 인해 대형 인명피해를 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조가죽 소재 덮개로 쌓은 매트리스폼에 열이 가해지면서 유독가스가 배출된 것이다. 특히 병실마다 천장 부분이 뚫린 채 연결돼 있고, 병실의 문도 미닫이가 아닌 블라인드 형태로 완전히 폐쇄되지 않은 탓에 유독가스는 병실로 급속히 퍼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 80대 치매 노인이 방화범으로 지목됐다. 병원 내 설치된 CCTV에서 평소 의료진을 비롯해 주변 환자들과도 잦은 마찰이 있었던 A 씨가 오전 025분 불이 났던 병실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이 확인됐다. 조사 결과 A 씨는 미리 준비한 라이터로 침구류 등에 불을 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 받았으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지병으로 사망했다.

 

 

 

화재 규모는 작았지만인명피해는 왜 컸나?

조사 과정에서 장성 요양병원 참사는 병원 측의 허술한 환자 관리, 화재에 취약한 병실구조, 방화시설 미비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불이 난 별관은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 건물은 아니다. 그러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가 주로 수용된 점을 고려한다면 병원 측은 이런 요소를 고려해 적절한 방화 시설물을 갖춰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입원실에 배치된 담당자 역시 입원 환자 대비 턱없이 부족했다. 화재 당시 입원실에 배치된 담당자는 여성 간호조무사 김 씨 1명뿐이었다. 30명이 넘는 환자를 김 씨 혼자 대피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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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관 병동이 화염에 검게 그을려 화재 당시의 참상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 MBN방송화면 캡쳐)

 

 

병실 구조도 인명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별관 2층은 복도를 중심으로 양쪽에 각 3개의 병실과 1개의 다용도실(불이 난 곳), 7개의 병실이 있었지만 각 병실에는 출입문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화재 발생 시, 출입문 등이 유독가스 차단막 역할을 하는데 이를 막을 최소한의 장치조차 없었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유리창도 닫혀 있어 연기가 빠져나갈 곳이 없었다. 이로 인해 삽시간에 연기와 유독가스가 다른 병실로 스며들었고, 이것이 질식을 유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조사도중 이사장을 비롯한 병원 관계자가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범행을 부인하고, 증거 인멸을 하려는 정황이 발견돼 긴급체포되기도 했다. 이사장 이 씨는 환자 수에 비해 적은 야간 당직자를 배치하고, 소방훈련을 전혀 실시하지 않는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징역 3년 실형을 구형받았다.

 

 

 

반복되는 노인요양시설 화재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장성 요양병원 화재 사고 이후 요양병원 화재는 끊이지 않았다. 2018년 밀양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47명이 목숨을 잃고 112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희생자 대부분은 고령의 입원 환자들이었다. 그로부터 1년 후인 2019년 김포의 한 요형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입원 환자 2명이 사망하고, 47명이 부상을 당했다.

  

장성요양병원 화재를 계기로 전국의 모든 요양병원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 됐다. 또한, 최근 각 지자체 및 소방서는 노인요양시설을 중심으로 소방안전교육을 펼치고 안전점검에 나서는 등 화재 발생 시 대응 능력을 강화해 대형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병원 내 환자복이나 매트리스 등을 불에 타지 않는 소재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 역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거의 모든 주가 일반 가정용 매트리스까지 방염처리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자의 안전 의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요양시설의 경우,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많아 대피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더욱 화재 예방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0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6년에는 전체 인구 20%65세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인요양시설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화재 예방에 더욱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다.

  

재난은 필연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응과 수습을 마치고 난 뒤,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를 통해 비슷한 재난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막고 모두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재난의 아픔을 덜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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