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 [재난·재해 TMI] 코로나 시대, 쌀 VS 밀 문화권의 대결의 승자는?

재난·재해 이슈 [재난·재해 TMI] 코로나 시대, 쌀 VS 밀 문화권의 대결의 승자는? 2021.06.02
[재난·재해 TMI] 코로나 시대, 쌀 VS 밀 문화권의 대결의 승자는? 쌀, 재난, 국가? 이게 무슨 관련이 있지? 이철승 교수는 전작인 ‘불평등의 세대’로 더 유명합니다. 이번 책은 쌀, 재난, 국가라는 별 관련이 없어보이는 세 가지 단어를 나란히 배열한 제목에 ‘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라는 부제가 달려있습니다.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 활동을 하며 살아가는 한반도 정주민에게 쌀도, 재난도, 국가도 평시에는 크게 관심을 끄는 키워드들이 아니다. 쌀은 흔하고, 재난은 관리되며, 국가는 멀리 있다(고 느낀다). P 7 책 서두에서 이 교수 역시 현재 우리나라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쌀, 재난, 국가라는 단어 모두 평소에는 별 관심이 없는 단어라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이어서 쌀, 재난, 국가라는 단어가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이야기를 합니다. 국가는, 나라님은 이 악순환을 끊고 백성을 구제하여 평화로운 일상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그릇으 돌려주는 주체여야 한다. 재난에 미리 대비하여 홍수와 가뭄과 역병이 바을을 휩쓸지 않도록 하고, 미리 강물이 넘치지 않도록 하고 미리 물을 끌어다놓는 그 역할을 조용히,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마을보다 더 큰 단위의 세력, 이것이 동아시아 재난 대비 국가의 기원이다. P 8 쌀 재난 국가 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 / 이철승 벼농사를 지어본 분들(할아버지, 할머니 때로는 부모님)께 여쭈어보면 벼농사에는 물과 공동체를 통한 노동력이 꼭 필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책에서 우리나라가 벼농사를 통해서 얻게된 7가지 유산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벼농사 체제의 일곱 가지 유산> 1. 재난 대비 구휼국가 2. 공동노동조직 –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 시스템 3. 표준화의 힘 – ‘수직-수평 기술 튜닝’ 시스템 4. 서열 문화와 연공급 위주의 노동시장 5. 여성 배제의 사회구조 6. 시험을 통한 선발 및 신분 유지와 수련의 무시 7. 땅과 자산에 대한 집착, 씨족 계보로의 상속과 사적 복지체제 그리고 지금 벼농사를 짓고 있지 않지만, 벼농사를 지었던 조상들의 후손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일깨웁니다. 우리는 누구인가. 한민족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험준한 산지가 대부분이고 충적토 평야라고는 – 다른 곳에 비해 – 조금 넓은 들판에 불과한 것들밖에 없는 곳에서(지형), 장마전선과 태풍이 잊을 만하면 찾아와 물 폭탄을 쏟아붓는 곳에서(기후), 유목 약탈족과 해구들이 식량과 자원을 찾아 급습하는 대륙과 해양 세력의 격전장에서(지정학), 다른 작물도 아닌 벼농사(주 식량)를 고집하며 한반도에 주저앉은 씨족들의 후손이다. P 47 벼농사에는 물과 공동체를 통한 노동력이 필수조건이다. 밥대신 빵으로 대표되는 서양인들의 주식은 밀이 그 원료입니다. 벼농사는 밀농사와 비교했을 때도 물이 많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홍수도 문제이지만 가뭄 역시 국가 최악의 재난입니다. 문제는, 하늘이 농부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양만큼의 물을 보내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동아시아의 자연재해는 지진을 예외로 한다면, 태풍과 홍수, 가뭄, 병충해 모두 (벼)농사와 직결되는 것들이었다. 물이 너무 많거나 너무 적어서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을 때, 자연현상은 ‘거대 재난/재해’로 바뀐다. P 70 – 72 더불어 벼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집단 노동력이 필요한데, ‘역병’으로 불리는 전염병도 국가적인 사회재난으로 이제 쌀, 재난, 국가라는 3가지 단어가 생뚱맞은 것이 아니고 논리적인 연결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역병은 단기간에 수그러들지 않고 나라 전체로 창궐할 때 국가의 생산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재난이었다. P 101 현재 우리에게는 재난과 관련해서 국가가 해주는 것 하면 ‘재난지원금’이라는 금전적인 지원이 먼저 떠오르는데, 벼농사가 국가에 가장 중요했던 시기로 돌아가서 생각을 해보면 국가의 재난 대비 시스템은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아도 우리가 재난 발생 시 기대하는 국가의 역할은 크게 변한 것이 없습니다. 국가라는 시스템은 평시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재난에 대비하여 작동하는 기능은 더욱 중요하다. 재난은 개인 수준에서의 대비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재난 시기에 대규모의 인적·물적 자원의 배치를 효율화하고 집중화함으로써 개인이 대비하거나 극복할 수 없는 ‘방비 및 방제’ 기능을 수행하고, 피해자를 돌보는 구휼의 기능 또한 담당한다. 재난의 시기,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유일한 주체로 그 지위가 격상된다. P 106 기술 튜닝(skill tuning)과 연공제의 뿌리 이어서 아직도 국내 기업을 대표하는 조직문화인 연공제 역시 벼농사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동아시아 기업의 연공제는, 두 가지 가정을 농촌 공동체로부터 이식했다. 하나는, 나이가 들수록 숙련의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는 가정이다. 입사 과정의 스크리닝을 통과한 모든 직원이 동일한 성장곡선을 가지리라는 가정이다. 다른 하나는, 개인 간의(최초의 혹은 입사 이후의) 숙련 차이는 세대 내부의 협업과 조율에 의해 무시할 만한 수준으로 좁혀질 것이라는 가정이다. 즉, 평준화의 과정이다. P 149 트러스트, 있다? 없다? 프란시스 후쿠야마 ‘트러스트(trust) 트러스트(Trust)는 신뢰로 번역이 가능한 영단어입니다. 더불어 과거에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책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도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저자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중국, 대만, 한국이 발전을 하고 있지만 자본주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결정적 요소 – 신뢰 –를 결여하고 있다고 비판했기 때문입니다. 작은 음식점의 가족경영부터 재벌의 족벌경영을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것 같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에서도 정부의 지시에 따라서 늘 ‘마스크’를 충실히 착용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이야기하는 서로 간의 ‘신뢰’가 충분히 존재하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벼농사에서 모내기를 할 때 한 사람이 자신의 몫을 하지 못하면 진도가 나가지 않는데, 힘이 들어도 자신의 몫을 하기 위해 각자 최선을 다하는 조상들의 문화적인 DNA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고 이 교수는 이야기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갑자기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공동체의 조율 시스템은, 오래전부터 형성되어온 우리의 문화적 디엔에이다. P 169 한 헐리우드 유명 여배우가 김치가 코로나를 막을 수 있다고 이야기 해서 화제가 되었는데, 이 교수는 이제까지 논리를 바탕으로 쌀 문화권이 코로나를 좀 더 잘 이겨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쌀 생산량이 많을수록, 즉 쌀을 주식으로 먹는 나라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더 적은 경향이 발견된다. P 190 쌀과 불평등 하지만, 쌀문화권에 장점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교수는 지니계수(가처분소득)를 근거로 밀문화권이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평등화의 열망’을 더 잘 제도화했다고 합니다. 쌀 생산량이 많은 국가일수록 재분배 노력은 더 적다. 빵 먹는 자들이 밥 먹는 자들보다 불평들을 줄이려는 ‘평등화의 열망’을 더 잘 제도화한 것이다. P 253 * 지니계수(가처분소득): 지니계수가 높을수록 불평등의 정도가 높다 연공 – 세대 – 인구의 착종 책의 결말은 좀 무겁습니다. 현재 40대 이상에게 젊은이들에게 취직할 자리가 없도록 하는 연공제와 말도 안되는 비용의 집 한 채 가격으로 대표되는 자산 취득 경쟁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지 묻습니다. 사실 나이드신 분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연공제를 포기하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죠. 하지만 연공제를 고집하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기 때문에 이 교수는 우리모두 더 나은 해법을 찾아보자고 건의합니다. 나는 내 동연배 한국인들에게 묻는다. 급속한 자본주의 발전의 와중에 – 벼농사 체제의 유산에도 불구하고 – 민주화 열망과 더불어 2000년대에 잠시 썩텄던 보편적 복지국가에의 대중적 욕구를 자산의 급격한 팽창과 함께 이대로 사그라들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우리 또한 부모 세대와 마찬가지로 각자도생 프로젝트로 갈 수밖에 없는가. 쌀 문화권의 보험 욕구와 평등화의 욕구는 자산 취득 경쟁을 통한 해소 이외에는 다른 출구가 없는가. P 275 – 6 착종이란 무엇인가? 두 가지 이상의 요인이 뒤섞여 엉클어지는 것이다. 불안정한 노동시장과 고학력·만혼 현상 그리고 장시간 노동 관행이 맞물리면, 그 결과는 무엇일까? 저출생이다. 앞 문장의 ‘맞물림’이 바로 착종의 다른 말이다. 서로 다른 두 가지 요인이 우연히 혹은 연쇄적으로 서로를 강화시키며 착종되면, 예기치 않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P 284 이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책의 구절을 소개하면서 책 소개를 마치고자 합니다. 동아시아의 정주민들은 국가의 엘리트들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박수와 찬사를 보낼줄 많다. 방역의 주체는 다름 아닌 시민들 자신이었다. P 205 기발한 발상으로 재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는 이 책을 추천합니다. 사회학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딱딱하고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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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재해 이슈 [재난·재해 TMI] 코로나 시대, 쌀 VS 밀 문화권의 대결의 승자는?

2021.06.02

[재난·재해 TMI] 코로나 시대, 쌀 VS 밀 문화권의 대결의 승자는?

쌀, 재난, 국가? 이게 무슨 관련이 있지?

이철승 교수는 전작인 ‘불평등의 세대’로 더 유명합니다. 이번 책은 쌀, 재난, 국가라는 별 관련이 없어보이는 세 가지 단어를 나란히 배열한 제목에 ‘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라는 부제가 달려있습니다.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 활동을 하며 살아가는 한반도 정주민에게 쌀도, 재난도, 국가도 평시에는 크게 관심을 끄는 키워드들이 아니다. 쌀은 흔하고, 재난은 관리되며, 국가는 멀리 있다(고 느낀다). P 7

책 서두에서 이 교수 역시 현재 우리나라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쌀, 재난, 국가라는 단어 모두 평소에는 별 관심이 없는 단어라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이어서 쌀, 재난, 국가라는 단어가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이야기를 합니다.

국가는, 나라님은 이 악순환을 끊고 백성을 구제하여 평화로운 일상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그릇으 돌려주는 주체여야 한다. 재난에 미리 대비하여 홍수와 가뭄과 역병이 바을을 휩쓸지 않도록 하고, 미리 강물이 넘치지 않도록 하고 미리 물을 끌어다놓는 그 역할을 조용히,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마을보다 더 큰 단위의 세력, 이것이 동아시아 재난 대비 국가의 기원이다. P 8

쌀 재난 국가 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 / 이철승

벼농사를 지어본 분들(할아버지, 할머니 때로는 부모님)께 여쭈어보면 벼농사에는 물과 공동체를 통한 노동력이 꼭 필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책에서 우리나라가 벼농사를 통해서 얻게된 7가지 유산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벼농사 체제의 일곱 가지 유산>

1. 재난 대비 구휼국가

2. 공동노동조직 –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 시스템

3. 표준화의 힘 – ‘수직-수평 기술 튜닝’ 시스템

4. 서열 문화와 연공급 위주의 노동시장

5. 여성 배제의 사회구조

6. 시험을 통한 선발 및 신분 유지와 수련의 무시

7. 땅과 자산에 대한 집착, 씨족 계보로의 상속과 사적 복지체제

그리고 지금 벼농사를 짓고 있지 않지만, 벼농사를 지었던 조상들의 후손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일깨웁니다.

우리는 누구인가. 한민족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험준한 산지가 대부분이고 충적토 평야라고는 – 다른 곳에 비해 – 조금 넓은 들판에 불과한 것들밖에 없는 곳에서(지형), 장마전선과 태풍이 잊을 만하면 찾아와 물 폭탄을 쏟아붓는 곳에서(기후), 유목 약탈족과 해구들이 식량과 자원을 찾아 급습하는 대륙과 해양 세력의 격전장에서(지정학), 다른 작물도 아닌 벼농사(주 식량)를 고집하며 한반도에 주저앉은 씨족들의 후손이다. P 47

벼농사에는 물과 공동체를 통한 노동력이 필수조건이다.

밥대신 빵으로 대표되는 서양인들의 주식은 밀이 그 원료입니다. 벼농사는 밀농사와 비교했을 때도 물이 많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홍수도 문제이지만 가뭄 역시 국가 최악의 재난입니다.

문제는, 하늘이 농부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양만큼의 물을 보내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동아시아의 자연재해는 지진을 예외로 한다면, 태풍과 홍수, 가뭄, 병충해 모두 (벼)농사와 직결되는 것들이었다. 물이 너무 많거나 너무 적어서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을 때, 자연현상은 ‘거대 재난/재해’로 바뀐다. P 70 – 72

더불어 벼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집단 노동력이 필요한데, ‘역병’으로 불리는 전염병도 국가적인 사회재난으로 이제 쌀, 재난, 국가라는 3가지 단어가 생뚱맞은 것이 아니고 논리적인 연결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역병은 단기간에 수그러들지 않고 나라 전체로 창궐할 때 국가의 생산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재난이었다. P 101

현재 우리에게는 재난과 관련해서 국가가 해주는 것 하면 ‘재난지원금’이라는 금전적인 지원이 먼저 떠오르는데, 벼농사가 국가에 가장 중요했던 시기로 돌아가서 생각을 해보면 국가의 재난 대비 시스템은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아도 우리가 재난 발생 시 기대하는 국가의 역할은 크게 변한 것이 없습니다.

국가라는 시스템은 평시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재난에 대비하여 작동하는 기능은 더욱 중요하다. 재난은 개인 수준에서의 대비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재난 시기에 대규모의 인적·물적 자원의 배치를 효율화하고 집중화함으로써 개인이 대비하거나 극복할 수 없는 ‘방비 및 방제’ 기능을 수행하고, 피해자를 돌보는 구휼의 기능 또한 담당한다. 재난의 시기,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유일한 주체로 그 지위가 격상된다. P 106

기술 튜닝(skill tuning)과 연공제의 뿌리

이어서 아직도 국내 기업을 대표하는 조직문화인 연공제 역시 벼농사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동아시아 기업의 연공제는, 두 가지 가정을 농촌 공동체로부터 이식했다. 하나는, 나이가 들수록 숙련의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는 가정이다. 입사 과정의 스크리닝을 통과한 모든 직원이 동일한 성장곡선을 가지리라는 가정이다. 다른 하나는, 개인 간의(최초의 혹은 입사 이후의) 숙련 차이는 세대 내부의 협업과 조율에 의해 무시할 만한 수준으로 좁혀질 것이라는 가정이다. 즉, 평준화의 과정이다. P 149

트러스트, 있다? 없다?

프란시스 후쿠야마 ‘트러스트(trust)

트러스트(Trust)는 신뢰로 번역이 가능한 영단어입니다. 더불어 과거에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책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도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저자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중국, 대만, 한국이 발전을 하고 있지만 자본주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결정적 요소 – 신뢰 –를 결여하고 있다고 비판했기 때문입니다. 작은 음식점의 가족경영부터 재벌의 족벌경영을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것 같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에서도 정부의 지시에 따라서 늘 ‘마스크’를 충실히 착용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이야기하는 서로 간의 ‘신뢰’가 충분히 존재하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벼농사에서 모내기를 할 때 한 사람이 자신의 몫을 하지 못하면 진도가 나가지 않는데, 힘이 들어도 자신의 몫을 하기 위해 각자 최선을 다하는 조상들의 문화적인 DNA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고 이 교수는 이야기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갑자기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공동체의 조율 시스템은, 오래전부터 형성되어온 우리의 문화적 디엔에이다. P 169

한 헐리우드 유명 여배우가 김치가 코로나를 막을 수 있다고 이야기 해서 화제가 되었는데, 이 교수는 이제까지 논리를 바탕으로 쌀 문화권이 코로나를 좀 더 잘 이겨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쌀 생산량이 많을수록, 즉 쌀을 주식으로 먹는 나라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더 적은 경향이 발견된다. P 190

쌀과 불평등

하지만, 쌀문화권에 장점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교수는 지니계수(가처분소득)를 근거로 밀문화권이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평등화의 열망’을 더 잘 제도화했다고 합니다.

쌀 생산량이 많은 국가일수록 재분배 노력은 더 적다. 빵 먹는 자들이 밥 먹는 자들보다 불평들을 줄이려는 ‘평등화의 열망’을 더 잘 제도화한 것이다. P 253

* 지니계수(가처분소득): 지니계수가 높을수록 불평등의 정도가 높다

연공 – 세대 – 인구의 착종

책의 결말은 좀 무겁습니다. 현재 40대 이상에게 젊은이들에게 취직할 자리가 없도록 하는 연공제와 말도 안되는 비용의 집 한 채 가격으로 대표되는 자산 취득 경쟁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지 묻습니다. 사실 나이드신 분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연공제를 포기하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죠. 하지만 연공제를 고집하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기 때문에 이 교수는 우리모두 더 나은 해법을 찾아보자고 건의합니다.

나는 내 동연배 한국인들에게 묻는다. 급속한 자본주의 발전의 와중에 – 벼농사 체제의 유산에도 불구하고 – 민주화 열망과 더불어 2000년대에 잠시 썩텄던 보편적 복지국가에의 대중적 욕구를 자산의 급격한 팽창과 함께 이대로 사그라들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우리 또한 부모 세대와 마찬가지로 각자도생 프로젝트로 갈 수밖에 없는가. 쌀 문화권의 보험 욕구와 평등화의 욕구는 자산 취득 경쟁을 통한 해소 이외에는 다른 출구가 없는가. P 275 – 6

착종이란 무엇인가? 두 가지 이상의 요인이 뒤섞여 엉클어지는 것이다. 불안정한 노동시장과 고학력·만혼 현상 그리고 장시간 노동 관행이 맞물리면, 그 결과는 무엇일까? 저출생이다. 앞 문장의 ‘맞물림’이 바로 착종의 다른 말이다. 서로 다른 두 가지 요인이 우연히 혹은 연쇄적으로 서로를 강화시키며 착종되면, 예기치 않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P 284

이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책의 구절을 소개하면서 책 소개를 마치고자 합니다.

동아시아의 정주민들은 국가의 엘리트들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박수와 찬사를 보낼줄 많다. 방역의 주체는 다름 아닌 시민들 자신이었다. P 205

기발한 발상으로 재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는 이 책을 추천합니다. 사회학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딱딱하고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