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재해 이슈 [그때·오늘·그일] 당신이 타고 있는 선박은 안전한가요? 끊이지 않는 선박 안전문제, 극동호 화재 사고

2021.06.16

[그때·오늘·그일] 당신이 타고 있는 선박은 안전한가요? 끊이지 않는 선박 안전문제, 극동호 화재 사고



19876161440. 경상남도 거제군 남부면 다포리 해상에서 관광객 87(선장 및 선원 2명 포함)을 태우고 해금강 관광을 마치고 충무로 돌아가던 충무유람선협회 소속 극동호가 기관실 엔진 과열로 불이 나면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관광객 29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되었으며 51명이 구조됐다.

 

20210616_085833_60c9bd3905d56.jpg

극동호 화재 사고로 29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됐다.

 

 

 

그날, 바다에서는 무슨 일이?

극동호는 목조디젤선으로 정원은 승무원 3명을 포함해 총 87명이었고, 충무-한산섬-해금강 구간을 부정기유람선으로 운항했다.

  

1987616일 오전 11시경. 극동호는 이날도 다른 날과 다를 바 없이 선원과 승객 87명을 가득 태우고 충무항을 출발했다. 수려한 경관을 보고 즐길 수 있는 관광코스를 마치고 1440분경 다시 충무항으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얼마쯤 갔을까? 과열한 엔진에서 불꽃이 튀면서 선체에 불이 옮겨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길은 삽시간에 객실로 번졌다. 불이 나자 당황한 승객들은 객실 밖으로 나와 바다에 뛰어들었다.

 

 

20210616_090016_60c9bda0b27d0.png 

당시 극동호의 기관사는 무자격자였으며, 극동호는 엔진고장이 잦아 한달 새 5차례나 정비를 받은 것으로 알려 졌다. (출처: 경향신문)

 

 

화재 발생 당시, 구명조끼는 줄로 묶여있어 당황한 승객들이 줄을 풀고 구명조끼를 입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소화기 역시 작동되지 않아 객실로 옮겨 붙은 불을 끄기 위한 초동 조치조차 취할 수 없었다. 불이 나자 우왕좌왕하던 승객들은 이렇다 할 안내도 받지 못한 채 불길을 피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고, 극동호는 화재 발생 20분 만에 완전히 침몰되고 말았다.

 

인근을 지나가던 선박들은 불길을 보고 즉각 구조에 나섰으나, 87명 중 29명이 사망하고, 7명이 실종됐다. 구조된 51명 중 29명은 중경상을 입었으며, 21명만이 무사했다. 승객들은 남원과 대구의 단체관광객들로 부녀자가 대부분이었다. 모처럼 친구들과 여행길에 올랐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또 되풀이된 인재, 선박 사고

극동호는 617일 밤에 인양되었고, 18일 새벽에 예인되었다.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극동호는 당시 비싼 선박용 엔진 대신 값이 저렴한 자동차용 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극동호가 사용했던 엔진은 미쯔비시 고속버스에 사용되었던 8기통 디젤엔진이었다.

 

극동호는 이전부터 엔진 고장이 잦아 한달 사이 다섯차례 이상 수리가 반복되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수차례의 엔진결함으로 하루 1시간 30분만 운항해야 한다는 지시가 내려졌지만, 이를 무시하고 하루에 4-8시간씩 무리하게 운항을 이어나갔다. 특히, 자동차 엔진은 쉽게 녹이 슬기 때문에 기름이 새어 나와 선체에서 기름냄새가 나기도 했다.

 

무엇보다 목조 선박임에도 불구하고 방화재인 석면은 존재하지 않았고, 선체 내의 칸막이 벽은 방화벽이 아닌 그냥 나무벽으로 이뤄졌다. 게다가 탈출에 사용될 선박과 구명조끼는 줄로 묶여 있었고, 소화기는 작동조차 되지 않았다. 선박 내부에 긴급 구조요청을 위한 VHF 채널과 SSB무선 장치를 갖췄으나 선장 및 관계자들은 화재가 발생하자 당황하여 이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과정에서 유람선의 기관사가 무자격자임이 밝혀져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목숨을 건진 선장과 기관사는 이후 구속되었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사고 당시 선박에는 구명조끼 113, 구명튜브 4, 구명부기(선박 조난 시, 해상에 투하해 사람이 그 주위를 붙잡고 떠 있으면서 구조를 기다리는 구명 설비) 84개등 198점의 구조장비를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승선 당시 장비이용 및 비상탈출요령만 잘 설명했다면, 선장 및 직원들이 우왕좌왕하지 않고 승객들의 적절한 대피를 도왔다면 무고한 생명의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비난의 화살은 관계당국으로 향했다. 선박의 안전문제가 이토록 심각함에도 운항정지 명령을 하지 않은 것이 피해를 더욱 키운 요인으로 지적된 것이다. 조사결과 극동호 화재 사고는 제한된 운항시간 초과, 안전검사 부실, 승객 안전수칙 미준수, 관계 당국의 허술한 관리, 공무원들의 전문지식 결여로 발생한 명백한 인재로 밝혀졌다.

 

 

안전불감증이 부른 거듭된 참사이제 막아야 할 때

338명 가운데 323명이 사망하거나 실종한 남영호 침몰 사고(19701214),

 

29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여객선 서해페리호 침몰 사고(1993101),

 

476명 중 304명이 사망하거나 실종한 세월호 침몰 사고(2014426)

 

우리는 그동안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인재로 수많은 생명을 잃어야만 했다.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민간 해운에 대한 규제와 감시가 강화되었고, 해상교통 인프라도 상당부분 개선됐다. 또한 여객선 운영체계와 안전 관리 역시 상시적으로 점검 중이며, 해상 사고의 세부적인 매뉴얼도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아직도 선박 과적·정원 초과, 불법 증·개축, 무면허 운항 등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제주도내에서 최대 승선 인원을 초과해 운항하다 적발된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된 선박은 20184, 201913, 202015척에 이른다. 또 다시 우리 속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선박 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해 규제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안전의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안전의 습관화만이 무고한 생명의 희생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고 현장에서의 행동요령을 체득하는 것 역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 주장한다. 선원들은 신속히 구조를 요청하는 동시에 사고 상황에 맞게 승객을 대피시킬 수 있는 행동양식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하고, 승객 역시 이를 믿고 따르며 질서를 지킬 때 생존율은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20210616_090230_60c9be263d21b.jpg 

일본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초등학교 교육 과정에 생존 수영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더불어 학교에서의 안전 교육도 현실 실정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 일본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생존 수영 교육이 보편화 되어있다. 우리는 그동안 반복되어서는 안 될 참사를 겪어왔다. 이제는 비극적인 참사를 막아야 할 때다.

 

 

 

 

 

 



#희망브리지 # 전국재해구호협회 # 재난구호모금전문기관 # 극동화 # 화재 # 안전의식 # 선박사고 # 안전불감증 # 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