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재해 이슈 [그때·오늘·그일] 피우지도 못한 아이들의 불꽃을 꺼버리게 누가 허락했는가, 22년 전 오늘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2021.06.30

[그때·오늘·그일] 피우지도 못한 아이들의 불꽃을 꺼버리게 누가 허락했는가,

22년 전 오늘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지난해 11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방송을 통해 화성 씨랜드 참사가 재조명 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유재석과 조세호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방문해 유전자과 이동섭 과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 담겼다. 이동섭 과장은 안타까운 사고로 지난 1999년 발생한 씨랜드 참사를 언급했다.

  

그는 진짜 아기들이 죽었어요. 국과수적으로도 힘들었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이 안타까웠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오늘,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청소년 수련원 씨랜드에서 화재가 발생해 잠을 자고 있던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및 강사 4명 등 2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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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청소년 수련원 시랜드에서 발생한 화재로 19명의 어린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출처:유 퀴즈 온 더 블록 방송장면 캡처)

 

 

 

 

 

불길이 삼킨 아이들의 꿈

1996630일 경기도 화성군에 위치한 청소년 수련시설인 놀이동산 씨랜드에는 서울 소망유치원생 42, 서울 공릉미술학원생 132, 안양 예그린유치원생 65, 부천 열린유치원생 99, 화성 마도초등학교 학생 42명 등 497명의 어린이와 인솔교사 47명을 포함한 총 544명이 머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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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랜드 화재 참사 현장 (사진출처: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모두가 잠든 새벽(030),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맨 처음 수련원 2C동에 위치한 301호에서 발생해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옮겨 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 안에 피워둔 모기향이 이불에 옮아 붙었거나, 전기 누전 등이 화재 원인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정밀검식을 진행하였음에도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화재 발생 후 1시간이 지난 새벽 141, 신고를 받은 소방관서에서는 현장에 소방차 20여 대, 소방관 70여 명, 경찰 250여 명 등을 투입해 화재 진화와 인명구조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현장은 불이 나면서 발생한 유독가스와 건물 붕괴위험 등으로 진화작업에 어려움이 있었다.

  

게다가 불이 난 301호에는 아이들의 대피를 도울 수 있는 지도교사조차 없이 아이들만 잠을 자고 있어 피해가 더욱 컸다. 결국 사고로 유치원생 19명을 비롯해 인솔교사 4명 등 총 23명이 희생됐다.

 

 

 

 

어른들의 욕심으로 못다 핀 꽃이 지다

사고 조사 과정에서 씨랜드 참사는 직접적인 화재를 비롯해 불법과 비리, 무책임이 낳은 명백한 인재로 밝혀졌다. 당시 씨랜드는 콘크리트 1층 건물 위에 52개의 컨테이너를 얹어 2~3층 객실을 만든 임시건물이었다. 장부에만 철근 콘크리트로 돼 있을 뿐 실제로는 위험요소가 가득한 불법 건축물로, 청소년을 수용하기 위한 수련원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물이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당시 씨랜드는 소방시설로 소화기 6개와 비상경보설비 6개소, 유도등 10개가 전부였고, 이마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컨테이너 가건물 역시 연소성이 강한 철판과 목재, 스티로폼이 혼재되어 화재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인명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샌드위치 패널이 지목됐다. 샌드위치 패널은 철판이나 판자 사이에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 등의 단열재를 넣은 건축 재료이다. 저렴한 데다 공사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빈번하게 사용되는 소재이다. 하지만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보유하고 있어, 화재의 피해를 키우는 주범으로 꼽혀왔다.

  

씨랜드 화재를 비롯해 29명의 생명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2017), 45명이 희생된 밀양 세종병원 화재(2018) 역시 인명피해를 더욱 키운 원인으로 샌드위치 패널이 지적됐다. 특히 샌드위치 패널에는 불이 붙으면 물을 뿌려도 겉의 철판에만 물이 닿고, 내부의 스트로폼이나 우레탄폼까지 물이 들어가기 어려워 진화가 쉽지 않다. 게다가 우레탄폼은 화재 시 연소가 빠르고 유독가스가 다량 발생하기 때문에 피해 규모는 삽시간에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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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가스의 원인 우레탄폼

 

 

 

조사 과정에서 당시 화성시 관련 공무원들이 씨랜드 관계자에게 청탁을 받아 불법건물임에도 불구하고 건축 허가를 내준 것이 밝혀졌다. 이 사고로 씨랜드 관리자, 소망유치원 원장이 업무상 과실치사로 각각 징역 5, 징역 36개월 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씨랜드 인허가 비리 연루 의혹을 받은 김일수 전 화성군수는 무혐의로 처분됐다.

  

참사의 가운데서도 어김없이 의인은 존재했다. 씨랜드 수련원의 레크리에이션 대장 최문열씨는 화재발생 후 수십 명의 목숨을 구했다. 그는 숨진 아이들의 부모를 볼 낯이 없다라며, “마지막으로 아이 4명을 한꺼번에 안고 나온 뒤 불이 번져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었다. 조금만 빨랐더라도 더 구할 수 있었는데라며 안타까워 했다.

  

학생들과 함께 수련원을 방문한 경기 화성군 마도 초등학교 김영재 선생님은 어린이들을 구하러 뛰어다니다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유치원생 18명이 한꺼번에 숨진 301호 앞 복도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씨랜드 참사 이후, 얼마나 변했나

 

씨랜드 화재 이후 2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얼마나 변했을까?

 

씨랜드 참사 이후 청소년 수련시설에 대형 화재의 원인으로 문제가 됐던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소방도로 확보 등 기본적인 안전대비책이 마련됐다. 또한 체험학습 매뉴얼 강화, 안전교육 의무화 등 교육 현장에 제도 및 법적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유사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2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날림 건물에 대한 불법 인허, 소방시설 미비, 관리감독의 허술함이 야기한 인재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지난 17일 이천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소방관 한 명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 원인 등에 대해 조사 중이긴 하지만, 초대형 물류센터의 경우 탁트인 구조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면 확산되기 쉽다. 또한 물류센터 내부에 산적한 물품들이 비닐 등 가연성 소재로 이루어져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 특히 물류창고에는 샌드위치 패널과 우레탄폼이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불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번진다. 그러나 이토록 화재에 취약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화재에 대한 대책은 스프링클러 외에는 전무하다.

 

앞선 지난 10일에는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 철거 건물이 무너져 바로 옆 도로 승강장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가 매몰됐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17명 중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조사 과정에서 현장 감독을 소홀히 한 현장 감리 책임자가 구속되었고, 감리 선정 과정에서 부정 청탁 정황이 포착돼 관련 공무원이 조사를 받고 있다.

 

씨랜드 참사로 6살 아들을 잃은 전 국가대표 하키선수 김순덕 씨. 김 씨는 정부의 무성의한 대응에 항의하며 국가로부터 받은 훈장을 모두 반납하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다. 김 씨는 아직도 아들이 잠든 방에서 왜 불이 났는지, 아들과 함께 잠든 17명의 아이들을 돌봐야 할 교사들은 어디에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김 씨는 지난해 씨랜드 참사 20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해, 이렇게 전했다.

 

 

"이제 오로지 바라는 건 안전한 대한민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