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재해 이슈 [재난·재해 TMI] 슬기로운 공동주택 생활-① 악취와의 전쟁

2021.08.26

[재난·재해 TMI] 슬기로운 공동주택 생활-① 악취와의 전쟁

 

 

 


맡아도 맡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그 ‘냄새’

 

 

 

이른 아침 출근길, 현관문을 열자마자 코끝에 불쾌한 냄새가 훅 끼쳐옵니다.

이 냄새의 근원은 옆집에서 내놓은 ‘쓰레기봉투’.

봉투 속에서 풍겨 나오는 이 불쾌한 냄새는 여름철이 되면 더욱 심해져

마치 쓰레기통 안에 들어오기라도 한 것 같습니다.

주유소의 기름 냄새나 소독약 냄새 따위를 좋아하는 특이한 사람도 있다지만

이 쓰레기 냄새라는 것은 호불호가 있을 수 없는지라 일단 맡는 순간 인상을 잔뜩 찌푸리게 될 수밖에 없는데,

저 봉투의 주인은 혹시 후각을 상실한 걸까 하는 의심마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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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집인가 쓰레기장인가

 

내놓는 쓰레기의 종류도 참 다양합니다.

분리수거가 필요한 폐지나 플라스틱부터 말라 죽은 화분, 기저귀에 심지어 음식물쓰레기까지….

여기가 집인지 쓰레기장인지.

어디 냄새뿐인가요.

기온이 올라갈수록 초파리를 비롯해 각종 해충까지 더욱 극성을 부리니 도저히 참기가 어렵습니다.

내 집 안에서 냄새나는 게 싫다고 공동 공간에 쓰레기를 내다 놓는 이 매너 없는 이웃을 어쩌면 좋을까요.

부탁도 ‘맞불’ 작전도 통하지 않네

 

쓰레기를 치워주십사 정중히 부탁하는 내용의 쪽지를 붙이기도 하고,

관리실에 조치를 요청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격 글’ 쓰기 등

수많은 피해 사례만큼이나 대응 방법도 가지가지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글쎄…?’.

때로는 이런 대응이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내 집 앞인데 무슨 상관이냐며 적반하장 식으로 도리어 화를 내거나,

더 많은 쓰레기를 내놓는 등 보복을 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합니다.

필자도 소심한 반항의 의미로 똑같이 쓰레기를 내놓는 방법을 사용해 본 적이 있는데요.

냄새가 두 배가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다른 이웃이 지나가며 버리는 쓰레기만 덤으로….

애초에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한 것은 옆집인데 그로 비롯된 고통은 모두 나에게만 돌아오는 듯했습니다.

공동 공간의 사적 사용은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

 

이웃 사이에 조금 참아주면 될 것을 뭘 그리 예민한가 할 수도 있지만, 단순히 불쾌감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쓰레기를 비롯한 각종 물품을 공동 공간에 적치 하는 행위는 엄연히 따지자면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약칭: 소방시설법)」 제10조(피난시설, 방화구획 및 방화시설의 유지·관리) 1항 2호 ‘피난시설, 방화구획 및 방화시설의 주위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에 해당,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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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10조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크고 작은 위반 사례가 수도 없이 많을 텐데, 어떻게 찾아내서 과태료를 부과하는 걸까요?

소방당국의 단속을 통해 적발되는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소방시설불법행위신고’ 민원을 통해서 누구나 신고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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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소방재난본부의 소방시설불법행위 신고 페이지

 

 

 

이렇게 관할 소방서를 통해 접수할 수 있도록 신고페이지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직접 방문 또는 팩스나 우편으로도 신고 가능합니다.)

신고제와 더불어 지자체에서 포상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서울시에서는 ‘서울특별시 소방시설 등에 대한 불법행위 신고 포상 조례’에 따라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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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소방재난본부 홈페이지

 

 

 

 

골칫거리 해결에 포상까지 받다니 반가운 이야기죠.

반면에 신고를 당하는 입장에서는 ‘이게 뭐라고 벌금까지 물어야 하나’ 억울한 마음이 들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공동 공간 물품 적치, 단순히 나와 이웃 간 갈등의 문제뿐일까요?

2017년 제천에서 일어난 스포츠센터 화재 사건의 경우,

2층 여성 사우나에서 비상구 공간에 선반을 설치하고 목욕용품을 두는 등 평소 창고처럼 활용한 탓에

화재 발생 시 탈출로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대부분의 사망자가 이 공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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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2층 여성 사우나의 비상구 모습. 총 29명의 사망자 중 20명의 사망자가 이곳에서 발생했습니다.

(사진: 연합뉴스)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지만, 만에 하나라도 이처럼 재난이 발생한다면

무심코 내놓은 쓰레기봉투 하나가 모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내놓은 물건이 소화전 등 소방시설을 가리거나

대피에 지장을 주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야겠습니다.

앞서 소개한 신고나 포상과 같은 제도 활용도 좋지만,

그보다는 이웃을 위한 배려와 안전의식을 가지는 것이 먼저일 듯합니다.

지금 내 집 앞은 어떤지, 한번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불쾌하기만 했던 그 ‘냄새’도 한풀 꺾인 더위와 함께 옅어져 가는 것 같은데요,

이제 더는 악취 문제로 이웃과 갈등할 일이 없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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